나와 남편(남상붕)은 둘 다 대호지면 사성2리 출신이다. 남편을 만나고 4남매를 낳아 기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막내아들 나이가 40세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속상했던 적도 많았지만 이렇게 남은 여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혹시라도 결혼을 안 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결혼은 ‘꼭’ 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전엔 자식들 보는 재미에 살았다면 요즘은 손주들 보는 재미에 시간가는줄 모른다.
첫 번째 사진은 나와 남편의 약혼식 때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남편을 21살에 만나 연애를 하다 결혼했다. 그게 벌써 30~40년 전의 일이니 시간이 참 빠르다. 결혼 후 열 두 식구의 밥을 차리기 위해 아궁이 앞에 내내 앉아 있다가 한복치마가 다 우그러진 적이 있다. 속상한 마음에 혼자 울고 있었는데 남편이 와서 직접 치마를 덧대줬다. 살면서 남편과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이제는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어버렸다.
두 번째 사진은 어머니 환갑때 대호지에서 찍은 사진으로 기억한다. 사진의 배경으로 볼 때 논인 것 같은데 왜 논에서 찍었는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전에는 대가족 사회였던 만큼 사진 속에 가족들이 많다. 우리 남편은 11남매 중 장남이었다. 요즘 같으면 아마 장가가기도 참 어려웠을 거다.
세 번째 사진은 10년 전, 아들 결혼식 때 남편과 함께 찍은 웨딩사진이다. 우리가 결혼할 땐 결혼식 개념도 명확치 않았고 웨딩드레스는 더더욱 흔치 않았다. 그런 우리에게 당시 아들과 며느리가 함께 웨딩사진을 찍자고 했다. 남편이 아이들을 엄하게 키웠는데 엇나가지 않고 잘 자라줘서 고맙다. 우리 막내아들은 며느리가 아이를 낳은 뒤 100일 동안 아내에게 직접 밥을 지어줄 정도로 자상하다.
네 번째 사진은 환갑을 맞아 선유도로 여행을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서산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사촌(이수인)이 찍어준 사진이다. 함께 찍힌 강아지는 선유도의 명물이다. 이 강아지는 신기하게도 관광객을 산까지 안내한다. 따라가는 사람이 힘들어 앉으면 저도 같이 앉아 쉬다가 다시 출발한다. 강아지 가이드를 따라 다녔던 선유도 여행은 아직도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