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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대안
  • 입력 2019.03.29 20:56
  • 수정 2019.04.01 10:39
  • 호수 1250

‘쓰면 안 되는 돈’을 ‘재능기부’로 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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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당진시 확인하니 ‘극단 당진’ 해명 사실과 달라
자부담 사전 확보해야 하지만 사업 후로 늦춰

당진전국연극제 쏠림 예산 논란 보도에 대한 극단 당진(대표 류희만) 측의 해명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 당진은 본지가 지난달 제1248호에 보도한 ‘보조금 7000만 원 집행…올해는 3억 원 편성’ 기사와 관련해 지난달 20일,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일반적인 절차는 아니다”
극단 당진 측은 ‘회계연도가 끝난 올해 초 예산을 집행했다’는 보도내용에 대해 “자부담하기로 한 3000만 원은 사업 후에 충당하는 조건으로 보조금이 결정됐고, 보조금심의위원회에서도 통과된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보조금심의위원회가 자부담 금액을 전국연극제 사업이 끝난 뒤 확보하는 것을 승인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제17조)과 당진시 조례에는 자부담 능력유무를 보고 지원여부를 결정해야 하며(제15조), 지방보조금 등으로 충당되는 부분 외의 경비를 조달하지 못하는 경우 교부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제26조).

때문에 보조금 교부신청서와 함께 자부담금을 예치한 통장 사본을 사전에 제출해야 하며, 자부담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교부 결정 후에도 이를 취소하거나 환수할 수 있다. 그만큼 자부담 확보 능력과 사전 확보 여부를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본지의 취재 결과 충청남도 문화정책과 관계자는 당진전국연극제와 관련해 “충청남도 보조금심의위원회에서는 계획대로 자부담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예산 지원을 결정했다”며 “사업 후 충당하라는 얘기는 전혀 없었고, 지금까지 그런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사업을 하기 전 자부담하기로 한 돈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했다면 사업비가 지원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진시 기획예산담당관 예산팀 또한 “당진시 보조금심의위원회에서 극단 당진의 자부담 여부를 놓고 심의한 적은 없다”고 밝힌 만큼, 극단 당진은 보조금심의위원회의 승인은 없었다.

다만 당진시 문화관광과에서는 “극단 당진 측이 티켓판매 수익금을 포함해 자부담금을 사업 후 내기로 얘기한 적은 있다”며 “사실 일반적인 절차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산을 마무리하기 전 자부담금을 납부해 자부담한 것으로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재능기부’ 아닌 쓰면 안 되는 돈
극단 당진 측은 또 ‘사업예산 3000만 원을 사용하지 못해 반납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용하지 못한 게 아니라 쓰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막 또는 폐막공연으로 1800만 원을 책정하고, 다른 극단의 창작작품을 선보이려 했으나 예산이 부족해 극단 당진이 직접 개막공연을 제작했다는 것이다. 극단 당진 측은 “사업변경을 통해 보조금을 소진할 수 있었음에도 극단 당진의 재능기부로 시민의 혈세 1900만 원을 절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체공연을 할 경우에는 관련 법에 따라 애초에 보조금을 사용할 수 없다.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의 관계자가 직접 공연비를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내용은 극단 당진도 잘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극단 당진은 반박 보도자료에서 “당진전국연극제 집행위원회와 극단 당진의 대표자가 동일인인 경우 ‘자기식구 챙기기’ 논란이 있을 수 있고, 감사에서 지적될 수 있다고 해서 부서(당진시 문화관광과)와 협의해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주장처럼 “양심상 반납하는 게 옳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이미 ‘써서는 안 되는 돈’임을 알았다는 얘기다.

지역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마치 가요제 개막식 때 초대가수를 부르겠다고 해놓고, 행사 주최 측 관계자가 노래를 대신 부른 후 재능기부로 예산을 절감했다고 말하는 격”이라며 “쓰면 안 되는 돈을 반납해야 하는 것을 알고도 ‘재능기부라고 말하는 건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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