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1 구름을 사랑합니다 산을 넘고 들을 질러 어디고 따라 나서기 때문입니다 그리움과 애달픔을 사랑하고 그리움과 애달픔이 있기에 눈앞의 모습보다 더 아름답게 보게 되며 감싸는 사랑이 샘솟아 믿을 수 없고 미워지고 잊혀지고 서운한 것들에 얽매어 사는 것은 정말 바라는 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산 등선이를 한 없이 걷기를 좋아합니다 외롭게 진실을 씹고가는 구름
병이 와도 아프지 않으면, 살이 썩어도 아프지 않으면 편히 죽을텐데... 삶은 그걸 그냥 두지 않고 아픔이라는체신부를 파견해 꼭 삶이라는 것이 배후에 있음을 환기시켜 준다. 삶이 삶인 것은 때로 아프기 때문인 것이다.- 장석남 <물의정거장> 중에서 ?
걷기는 세계를 느끼는 관능으로의 초대다... 그것은 오직 순간의 떨림 속에만 있는 내면의 광맥에 닿음으로써잠정적으로 자신의 전 재산을 포기하는 행위다... 순례는 신에 대한 항구적인 몸바침이며 육체를 통하여 드리는 기도다. - 다비드 르 브르통, 『걷기예찬』 중에서
이필용당진출생 당진「호수시 문학회」회원대전「큰시」동인···(중략)···내 떠나가는 발길 선명했듯기다리는 당신의 마음도자국으로 남을까요하루하루 쌓아둔 생각곱게 잠들어 있을눈무덤 하나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것들 있다.제 스스로 선명한 기억의 무늬질기게 남아 가슴 쓰리지만때론,살아서 소중해지는 상처들 있다
당진출생 2000년「문학공간」시부문 신인상카톨릭문우회 주최 시부문 당선첫시집「벽에 걸린 세월」 호수시문학회회원한국문인협회 부지부장 쪾당진군청 재직중이의 솜바지에서터져 나온 솜털이 하루 종일 바람에 날린다하얀 분가루 같은구멍 난 양말 사이로내 가슴에 탁탁 못질하는 누이의 다섯 손가락이 보인다.서캐 하얗게 실은 덤불머리긁적대며 등잔불 밑으로 파고드
지문이 닳아 없어지도록흙을 만지고 자식을 만지고세상을 만지셨습니다어머니는 자식들의 꿈을 현실로 연결시키는 징검다리였습니다자신의 이름은 없이오직 자식의 이름을 위한희생의 삶이었습니다주고 또 주고가진 것 모두 내어주는베품의 삶이었습니다행여 삐뚠 길을 갈까노심초사 기도하시는삶의 인도자였습니다학교에 다녀 보시지 않았지만배울 것이 너무 많은우리의 스승이었습니다어머니
고즈넉한 뜨락에해 묵은 모란이 피어화관인 양 함초롬한 꽃부리에이슬이 자고바람이 쉬고나비는 저만치풀섶에 나래를 접었다닫힌 듯 열린 미닫이 사이로꽃술처럼 고운 아미주렴에 흔들리고외씨버선 치마 끝에 이는 고풍스런 바람을 밟으며여인은 조용히 병풍을 펴고빛바랜 모란을 꽃피운다모란이 가꾼 병풍한 많은 세월피고 진 꽃인데속절없이 지는 봄을 서러워하랴주렴사이로모란이 지네
나 이제야 왔네그립던 금강산 찾아반세기를 훌쩍 넘어분단의 벽을 허물고 찾아왔네온정리 마을길을 따라휘파람 불며 다다른 금강산에는 어릴적 큰바위 얼굴이 있었네알 수 없는 힘이 넘치고 있었네비로봉 아래 구룡폭포 상팔담의 장관해맑은 삼일포 해금강을 바라보며만물상 기암괴석으로 꾸며진설봉산의 절경에 넋을 잃었네차창에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북녘의 사람들은 손닿지 않는
바다는 하늘의 바다,하늘은 바다의 하늘이다바다가 하늘에게, 하늘이 바다에게?躍8?말한다 너는 내 얼굴이다너는 내 가슴 푸른 저 밑바닥이고 그리하여 너는 나이다경계를 찾는 사람은 결코 끝에 이르지 못할 것이며어느날 그 자신이 경계가 되어부유할 것이다변두리에 휴지처럼 아무것도 아니게 있는 것들날아다니고 흘러다니고 기어다니고 걸어다니는 작은 것들이하나이자 모든
누이야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날을지금도 살아서 보는가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즈믄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살아오던 것을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건네이던 것을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사랑하고 있는 것이다그윽한 풍경이나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사람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종은 더 아파야 한다" -농담- 전문 "1959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
출근 지하철 안에서 새파란 처녀가젖은 머리칼을 휘휘 내두르며친구랑 떠들고 있다신문 읽는 내 손등에 목덜미에물이 뚝뚝 떨어져옷 속으로 스며들었다덩달아 신문도 젖어버렸다소녀 시절여러 번 같은 꿈을 꾸었다누군가 붓에다 먹을 찍어내 얼굴에다 자꾸 글씨를 썼다눈을 떠보면(여전히 꿈속이었지만)내 얼굴에 글씨를 쓰는 사람의 얼굴도 글씨로 가득했다(그는 누구였을까)(무슨
간판들이 조금씩 젖는다 나는 어디론가 가기 위해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둥글고 넓은 가로수 잎들은 떨어지고 이런 날 동네에서는 한 소년이 죽기도 한다. 저 식물들에게 내가 그러나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언젠가 이곳에 인질극이 있었다 범인은 ‘휴일’이라는 노래를 틀고 큰 소리로 따라 부르며 자신의 목을 긴 유리조각으로 그었다 지금은 한 여자가 그 집에 산다
바다 해가 졌다 저녁내 흔들리는 모랫벌 대낮은 편안한, 규정된 부피를 부정하는 칼처럼 달이 뜨고 바람이 잔잔히 불기 시작한다 살이 저며지고 있다 아니, 오해 마시기를 이건 부패가 아니다, 싱싱하고 생생한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신선한 살의 이별 결 따라 완벽하게 저며져 뼈를 떠나는 삶 희디흰 뼈 눈부시게 드러나고 바람과 바람의 결 사이에 촘촘히 박혀 있던 잊
산그늘 내린 밭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내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십년을 가자이 살아본 나로
아이를 갖고 싶어 새로이 숨쉬는 법을 배워가는 바다풀 같은 어린 생명을 위해 숨을 나누어갖는 둥근 배를 갖고 싶어 내 몸속에 자라는 또 한 생명을 위해 밥과 국물을 나누어먹고 넘치지 않을 만큼 쉬며 말을 나누고 말로 다 못하면 몸으로 나누면서 속살 하얀 자갈들 두런두런 몸 부대끼며 자라는 마을 입구 우물 속 어룽지는 별빛을 모아 치마폭에 감싸안는 태몽의 한
김 광 규 장독대 앞뜰 이끼 낀 시멘트 바닥에서 달팽이 두 마디 얼굴 비비고 있다 요란한 천둥 번개 장대 같은 빗줄기 뚫고 여기까지 기어오는데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멀리서 그리움에 몸이 달아 그들은 아마 뛰어왔을 것이다 들리지 않는 이름 서로 부르며 움직이지 않는 속도로 숨가쁘게 달려와 그들은 이제 몸을 맞대고 기나긴 사랑 속삭인다 짤막한 사랑 담아둘 집
산경(山經)에 가서 놀다 이 숲속에 얼굴 붉은 짐승이 살고 있어그를 모든 짐승의 왕이라 칭했다그가 한번 울부짖으면여우의 머리가 산산이 부서져버린다 했다그는 아직 눈에 띄지 않았다우리는 그를 구경하기 위하여숲 입구에서 벌써 백리나 뒤쫓아왔다돌아보자니 숲은 장엄했다수만 근 무게의 구리 기둥 같은아름드리 나무가 여기저기 쓰러져 누워 있고한꺼번에 수백 명의 밥을
東豆川 1 김 명 인출근 지하철 안에서 새파란 처녀가젖은 머리칼을 휘휘 내두르며친구랑 떠들고 있다신문 읽는 내 손등에 목덜미에물이 뚝뚝 떨어져옷 속으로 스며들었다덩달아 신문도 젖어버렸다소녀 시절여러 번 같은 꿈을 꾸었다누군가 붓에다 먹을 찍어내 얼굴에다 자꾸 글씨를 썼다눈을 떠보면(여전히 꿈속이었지만)내 얼굴에 글씨를 쓰는 사람의 얼굴도 글씨로 가득했다(그
이 숲속에 얼굴 붉은 짐승이 살고 있어그를 모든 짐승의 왕이라 칭했다그가 한번 울부짖으면여우의 머리가 산산이 부서져버린다 했다그는 아직 눈에 띄지 않았다우리는 그를 구경하기 위하여숲 입구에서 벌써 백리나 뒤쫓아왔다돌아보자니 숲은 장엄했다수만 근 무게의 구리 기둥 같은아름드리 나무가 여기저기 쓰러져 누워 있고한꺼번에 수백 명의 밥을 지어 먹이던녹슨 쇠솥이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