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사선을 넘나드는 전쟁에 나가 목숨 바쳐 싸우고 고향으로 귀환한 당진의 참전유공자들. 1950년 전쟁 당시 스무 살 무렵이었던 참전용사들의 나이는 이제 아흔이 넘었다. 나라를 위해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들의 희생도 점점 잊히고 있다. 2500여 명이었던 당진 참전용사 중 2200여 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생의 끝자락에서 회고하는 전쟁의 참상을 기사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으로 제작한다. 대한민국 6.25 참전유공자회 당진시지회를 통해 추천받은 6명의 참전용사의 삶을 오는 11월까지 기록
최근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홍수가 발생했다. 사망자와 실종자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댐 붕괴라는 인재 사고기도 하지만, 기후위기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하루 동안 1년 치의 비가 내리는 폭우를, 하와이 마우이섬에서는 산불이 일어나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역시 장마 기간이 길어지면서 수해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는 끝났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제 ‘끓는 지구’(global boilng)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기후
농부가 일구는 땅은 쉴 틈이 없다. 봄에는 싹이 트고 여름에는 푸르름으로 물든다. 가을에는 풍성하게 작물들이 익어간다. 겨울이 오면 다시 찾아올 봄을 맞이하기 바쁘다. 땅이 살아 있는 만큼 농부의 손도 분주하 다. 분주한 속에서도 문현수 시인은 매주 시를 써왔다. 농부의 삶과 사람 과 자연의 이야기, 그리고 아내를 향한 애정을 담아냈다. 평생 시를 곁에 두고 살아온 문현수 시인이 등단했다. 이제는 농부 시인으로 더 많은 그의 이야기를 시로 담아낼 예정이다. 항상 글과 함께한 삶문현수 시인은 송산면 동곡리에서 나고 자랐다. 중사로 제
클라리넷은 넓은 음역을 지닌 목관악기다. 낮은 저음부터 상황에 따라서는 고음도 가능하다. 사람 목소리와 가장 흡사한 것이 현악기에 첼로가 있다면, 관악기에는 클라리넷이 있다고도 한다. 부드럽고도 시원한, 풍부하면서도 깊은 것이 바로 이 클라리넷이다. 클라리넷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결성한 아마추어 앙상블 단체 ‘그라시아’는 지난 2018년 8월에 창단됐다. 그 해부터 정기연주회를 시작해 지난해 제4회를 맞았다. 지난해는 특별하게 클라리넷을 좀 더 관객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더 가까이 다가간 공연을 선보였다. 카페를 빌려 관객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당진문화원 3층에 있는 무용실이 시끌벅적하다. 이날을 위해 맏언니인 78세 이오 씨는 신평면 거산리에서 버스를 타고 온다. 눈이 오고 비가 와도 매주 수요일은 꼭 동아리 활동이 있는 당진문화원을 찾는다. 한바탕 노래에 맞춰 춤추며 운동하면 집에서는 아팠던 허리가 낫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22명 동아리 회원 중 불가피한 일을 제외하고는 늘 20여 명 이상 활동에 참석할 정도로 끈끈한 정과 열정을 보이는 정라인 동아리다. 두 시간에 7000~8000보 걸어정라인 동아리의 주 활동은 ‘라인 댄스’
윤의진(42·읍내동) 대표는 37살이 되던 해 아주 작은 라보 트럭 한 대를 마련했다. 핫도그 재료 준비까지 마치니 총 500만 원이 들었다. 그리고 인생 첫 푸드트럭을 끌고 나간 날 핫도그 50개를 팔아 번 돈은 5만 원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작은 트럭은 지금 육전과 오징어무침을 판매하는 ‘만나라’ 푸드트럭이 됐다. ‘만나라’ 푸드트럭윤의진 대표의 분홍색 푸드트럭은 당진뿐만 아니라 평택과 아산, 천안, 안성 등을 누빈다. 당진에서는 보통 힐스테이트 2차와 양우내안애, 대동다숲 아파트 등을 순회한다. ‘만나라’라는 이름 붙은 분홍색
팔십 평생 제 이름 모양새만 알고 까막눈으로 살아왔다. 글 읽을 줄 몰라 겪은 일들은 나열하기조차 어렵다. 팔십 넘어 ㄱ, ㄴ, ㄷ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에 글을 배우려니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거기다 코로나19로 수업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며 처음엔 19명이었던 사기소2통 문해교육 대상 어르신이 9명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배운 글과 그림을 담아 최기예·정순화 어르신이 시화집을 출간했다. 그리고 이를 축하하며 지난달 27일 당진시립도서관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88세 최기예의 삶올해 미수(米
신평면 신당리 ‘찬미의 정원’ 서기숙 대표(52)가 지은 창작동화 의 아기 민들레는 정착할 곳을 찾아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하지만 닭장에선 닭에 먹힐 뻔하기도 하고, 아스팔트 위에서는 쌩쌩 다니는 자동차를 피해 다른 곳을 찾아야만 했다. 지친 아기 민들레 씨앗은 “제가 어느 곳으로 가든지 좋은 분을 만나게 해 달라”며 기도한다.다시 정처 없이 떠돌던 민들레 씨앗은 큰 똥을 만난다. 먼저 똥에 붙어 있던 씨앗들은 더럽다며 떠나고 싶어한다. 하지만 민들레 씨앗은 똥과 함께 비와 바람을 맞으며 예쁜 꽃을 피운다. 그때 지나
농아인 박애란 씨가 제15회 충남 생활원예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1위)을 수상했다. 이어 한국테라리움협회가 주관하는 테라리움 2급 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의 바람은 노래도 듣고, 사람들과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받은 문제지에서도 현실의 어려움을 마주했다. 같은 한글을 사용할 뿐 농아인의 언어세계는 청인들과는 다르다. 어순도 다르고, 같은 말이지만 의미 또한 다르다. 모든 것이 청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농아인들이 작은 차이들이 만든 높은 벽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한 해 독일빵집을 찾은 손님만 17만 명, 팔린 꽈배기만 무려 100만 개에 이른다. 지난 2017년 SBS 에 독일빵집이 방영된 이후 하루아침에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당시에는 꽈배기 하나를 사기 위해 2~3시간 줄 서야 할 정도였다.지금도 하루에 5000여 개의 꽈배기가 팔려나간다. 코로나19로 어려울 법도 했지만, 독일빵집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오히려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심중섭 대표의 ‘뚝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그때, 다시 마음
제3회 전국 자전거 출퇴근 챌린지에서 정희철(송산면 유곡리·47) 씨가 전국 3위, 당진 1위를 차지했다. 지난 8월 22일부터 9월 22일까지 한 달 동안 정 씨의 자전거 주행 거리는 무려 4042.6km로, 당진에서 부산을 다섯 번 오갈 수 있는 거리다. 이번 챌린지는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한국국토정보공사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당진에서는 179명의 시민이 참가했으며, 총 5만 8891km를 주행해 1만 2538kg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를 얻었다. 30년생 낙엽송 729그루를 심은 효과와 같다고.한편 정희철 씨가 개인 부문
그저 예뻤다. 올망졸망한 것이 살기 위해 악착같이 뿌리 내리고 고개 내미는 것을 보고 있으면 괜시리 기특하고 대견했다. 야생화를 보기 위해 김한하 대표는 카메라 하나 들쳐 메고 산으로, 그리고 또 산으로 향했다. 야생화와 사랑에 빠진 지 20년, 이제는 초록색 잎만 보고도 어떤 꽃이 피어날지 알 정도다. 그런 김 대표가 대호지면 장정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사람들과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나눌 수 있는 정원 ‘꽃벼리뜰’을 꾸몄다. “모르는 야생화 없을 정도”황금들녘을 이루는 김제에서 태어난 김한하 대표는 작가이자 꽃벼리뜰의 지킴이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가 아니라 ‘책만 덮어도’ 잊어버리는 나이, 86세. 그래도 김계익 할머니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인생에 후회 한 점 남기고 싶지 않았단다.자꾸만 머리 밖으로 도망가는 글자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아가며 책을 붙잡았고, 단 한 번에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김계익 할머니는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뛰어들면 누구나 해낼 수 있다”며 “시작만 하면 어떻게든 앞으로 가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8시간 앉아 있으려니 힘들어”김 할머니는 당진시니어클럽
당진시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현정애(52·읍내동), 민선미(44·예산군) 사회복지사의 자격증을 합치면 무려 40개가 넘는다. 이제는 어떤 자격증을 취득했는지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란다.거창한 계획 또는 야심찬 포부로 자격증 취득을 시작했던 건 아니다. 못다 한 공부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싶었고,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진로를 고민하면서 하나 둘 자격증을 취득하기 시작하다 보니 각각 20여 개가 넘는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었다.두 사람이 걸어온 길 만큼 이들이 취득한 자격증도 가지각색이다. 그러나 현정애·민선미 사회복지사는 입을 모
초등학교까지 가르치면 됐지. 여자애가 무슨 학교냐고 말한 할아버지 말씀을 장남인 아버지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못 배운 한이 늘 가슴 속에 남아 있었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아들 하나 딸 일곱을 낳아 기르며 오로지 가정을 위해 살다 보니 90세에 가까운 나이가 됐다. 잘 자란 자녀들과 손주 보는 재미로 더할 나위 없는 인생이다. 하지만 자꾸만 깜빡하는 것들이 늘어난다. 분명 복지관 바자회에서 부채 하나를 샀는데 집에 돌아오니 빈 손뿐이다. 하루는 자려고 누웠다가 손주의 이름이 도통 생각이 안 나 이불 걷고 일어나 앨범까지 펼쳤
정해진 길을 벗어나 일찍이 자신의 길을 찾아 묵묵히 걸어가는 이들이 있다. 조현빈 학생도 일찌감치 자신의 꿈을 찾아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때론 외롭기도 하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현빈 학생은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 스스로 삶을 일궈 나가며 성장하는 중이다. 고교 입학 위한 검정고시 준비조현빈 학생(15, 父조일용·母이경희)이 최근 무인 멀티콥터(드론) 국가자격증을 취득했다.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드론 분류 체계를 개편한 가운데 그중 가장 중량이 높은 드론을 다루는 1종에 현빈 학생이 도전했다.
어린 시절 손남순 씨(73세)는 암산을 곧잘 하던 소녀였다. 하지만 6.25 전쟁 직후 태어나 어렵게 살아와 학업을 이어갈 순 없었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면서 혼자 다섯 자녀를 억척스럽게 키워내며 일생을 보냈다. 평생을 그렇게 살 줄만 알았다.하지만 그는 이야기 할머니가 된 후 새로운 인생을 보내고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빨간 가방에 아이들애게 들려줄 이야기와 함께 설렘을 가득 넣고 길을 나선다. 이렇게 손남순 씨는 제2의 인생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아들의 제안으로 시작이야기 할머니 활동은 막
매일 아침 계성초 등굣길에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 호루라기 소리가 ‘삐익-’하고 경쾌하게 울리면 지나가던 차가 멈추고, 아이들이 길을 건너 학교를 향한다.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해 지각하는 아이들까지 안전하게 등교시키고 나면 9시가 넘는다. 아이들이 방학하면 함께 방학하고, 개학하면 같이 개학한다. 비가 올 때는 한 손에는 우산, 한 손에는 안전지휘봉을 들고 교통지도에 나선다.이렇게 허성무(채운동·58) 씨가 교통봉사를 한 게 무려 30년이 넘었다. 장애로 걷기조차 어렵고 자꾸만 기억을 깜빡하면서도 교통지도만큼은 잊지 않는다.
“참 어렵게 찾은 사투리가 있어요. 분명 어릴 때 썼던 말인데 지금 생각하려니 떠오르지 않는 거예요. 사람들 쫓아다니면서 물어봤죠. 그때 누가 탁 던지더라고요. ‘왕바지’ 아니냐고!”초가집의 이엉을 묶기 위해 추녀 끝 양쪽 서까래를 고정해 놓은 가늘고 긴 막대를 ‘왕바지’라고 불렀다. 더는 초가집에서 살지 않는 시대가 오면서 왕바지라는 말도 우리 입에서 오르지 않게 됐다. 당진 사투리 수집가인 조일형 씨는 “말에도 수명이 있다”며 “언어도 태어나서 번창하다 소멸된다”고 말했다. 소멸하는 사투리들을 보며 안타까웠던 조 씨는 잊혀져가는
지난 11일 졸업한 지 30여 년이 넘어 환갑에 이른 제자들이 스승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스승 덕에 지난 힘든 세월을 버틸 수 있었노라고. 가슴에 안고 살아온 스승의 온정을 제자들은 잊지 않았다. 서로 만나 헤어지는 순간까지 마음을 나눴다.진승현 전 호서고 음악교사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가난했던 그 시절 그는 학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 하나로 버텨냈다. 그렇게 교사가 되고 자신과 같이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볼 적마다 뒤에서 조용히 손길을 내밀었다. 그 온기가 퇴임 후 수년이 지난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