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한 번이라도 다녀와 본 사람이라면,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답답하고 불편한 것인지 알 것이다. 손짓발짓도 한 두 번이지, 마음이 급해지면 알던 단어도 생각이 나질 않는 게 외국어다. 어쩌다 결혼이주여성들을 만날 때면, 서툴지만 한국어를 하는 모습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말한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한국어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자격증, 초·중·고 검정고시를 연달아 합격한 결혼이주여성이 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졸업과 동시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장가경 씨를 만났다.한국에서 평생 연
각종 약들이 쌓여 있는 낡은 찬장, 수백 명이 수천 번은 앉았다 갔을 어느 제약회사의 이름이 새겨진 나무 의자, 80년대에 유명했던 감기약의 광고지. 고대면 용두리 대동약방의 풍경이다. 의약분업 이후 부쩍 늘어난 약국들이 고객유치를 위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요즘, 대동약방은 20여 년 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다. 약방 벽에 걸린 빛바랜 약업사등록증이 낡은 약방 풍경에 정점을 찍는다.“약방 문 연지 얼마나 됐냐고요? 글쎄… 한 오십년 다 되지 않았을까. 저기 등록증에 찍힌 날짜를 보면 알 텐데&hel
“이거 못 신겠죠?”“어디 봐요, 이걸 벗겨버리고 이렇게 이으면 되지.”“아, 정말요? 버릴까 했는데, 이쁘게 해주세요~”낡아서 버려야 할 것 같은 구두나 찢어진 가방도 정대복 씨의 손을 거치면 새것이 된다. 모든 게 흔해진 요즘 낡은 것을 고쳐 다시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싶지만, 30년 동안 외길을 걸어온 달인을 찾는 사람들은 외려 늘고 있다. “요즘 사람들 예전 세대에 비해 부족한 것 없이 산다지만, 그래도 여전히 서민들은 무엇이든 함부로 버리기 보단 고쳐 쓸 줄 알지요. 처음에 수선집을 시작했을 때보다 요즘에 손님이 더
이영애(56) 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 9시에 의상실 문을 열었다. 읍내동 구 군청사 옆 골목에 자리한 영의상실은 35년째 이 씨가 운영하는 맞춤 전문 의상실이다. 꽃다운 나이에 결혼해 의상실 문을 열었던 새댁은 어느덧 중년의 부인이 되었다. 의상실 안에는 35년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명물들도 여럿이다. 옷감의 가장자리가 풀리지 않게 휘갑치기를 하는 ‘오버로크 미싱’부터 손잡이 가죽이 벗겨지고도 모자라 쇠가 닳아 가늘어진 가위까지 모두 35년 된 골동품들이다. 그뿐인가, 치수를 재는 줄자며 다림질받침, 재봉틀도 모두 35년 전
“아저씨, 103호로 온 택배 있어요?”“아저씨~ 베란다에 물이 새요~”“아저씨~ 이삿짐 날라야 하니까 주차장 차들 좀 빼주세요.”오늘도 차규석(69) 씨를 찾는 주민들의 전화가 경비실을 울린다. 298세대가 사는 한성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차규석 씨는 “주민들이 우릴 믿고 산다고 생각하고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부터 큰 일까지 우리 집 일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흔히들 경비원이라고 하면 하는 일 없이 경비실에 앉아만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 경비실에 앉아 꾸벅꾸벅 졸기만 한다고. 허허허(웃음). 그런데 보
“믿을 수 있는 저를 만난 것이 큰 행운이 될 겁니다.”14년 차 보험설계사 우종상 씨는 보험설계사가 일곱 번째 직업이다. 천안농고 기계과를 나와 농기계 수리센터부터 비디오샵, 치킨집까지 다양한 일을 거쳤다.“자본금 없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114에 보험회사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내 발로 들어왔지요.”지인의 소개로 보험설계사를 하게 되는 보통의 경우와는 달리 우 씨는 직접 이 길로 뛰어들었던 당시를 회상하며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고 했다. 평소 고집 센 독불장군에 남들과 대화도 적었던 그가 보험설계사를 하게 될 줄은 꿈에
[편집자주] 우리 주변에는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많은 이가 손사래 치며 꺼리는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해내고 있는 이웃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이동권 씨의 를 모티브로 당진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들어 봤다. 새벽 1시 모두가 잠든 시각, 조미자 씨의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서울에서 인쇄된 신문이 센터에 도착하면 곧바로 속지 작업에 들어간다. 광고 전단지를 신문 사이에 일일이 끼워 넣는 작업이다.
[편집자주] 우리 주변에는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많은 이가 손사래 치며 꺼리는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해내고 있는 이웃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이동권 씨의 를 모티브로 당진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들어 봤다. 김윤태(43) 씨의 손에 끈적거리는 풀이 묻었다. 손뿐이 아니다. 바지 자락이며 팔뚝이며 말라붙은 풀 자국이 여럿이다. 김 씨는 틈만 나면 손을 씻었다. 깨끗하게 새 단장한 집을 기다리고 있
[편집자주]우리 주변에는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많은 이가 손사래 치며 꺼리는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해내고 있는 이웃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이동권 씨의 를 모티브로 당진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들어 봤다.무대에서 빛을 발하는 스타 뒤에는 그를 위해 땀 흘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비단 연예인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조력자들은 각 분야마다 있는데,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가
[편집자주]우리 주변에는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많은 이가 손사래 치며 꺼리는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해내고 있는 이웃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이동권 씨의 를 모티브로 당진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들어 봤다. 황종섭(49) 씨는 참 잘 웃는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니 친절이 몸에 베인 것이 당연하다 할 수도 있지만, 평상시에도 그는 늘 웃는 얼굴이다. 그는 자동차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족집게
[편집자주] 우리 주변에는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많은 이가 손사래 치며 꺼리는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해내고 있는 이웃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이동권 씨의 를 모티브로 당진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들어 봤다.어릴 적, 문구점은 별천지였다. 맛있는 사탕과 아이스크림, 알록달록한 볼펜과 만화주인공이 그려진 공책까지 없는 게 없었다. ‘우리집이 문구점이었으면 좋겠다’고 몇 차례나 생각했었다.연용만(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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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말은 가요계 거장, 조용필과 이문세가 데뷔할 무렵이다. 대학가요제를 통해 불붙은 밴드들의 음악과 시대상을 반영하는 민주화 운동가요, 포크송과 팝송까지 다양한 음악장르가 사랑받던 시절을 우리는 요즘 ‘7080세대’라 부른다. 박웅열(53) 씨는 7080세대의 음악인이다.30여 년 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박 씨는 고향 당진을 떠나 인천으로 향했다. 젊은 혈기에 무작정 집을 나선 박 씨가 찾아간 곳은 겨울방학에 잠시 다녔던 인천의 한 음악학원.“음악이 하고 싶었어요. 거기서 원장님이 다른 멤버들을 소개시켜 줘서 팀을 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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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 주변에는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많은 이가 손사래 치며 꺼리는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해내고 있는 이웃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이동권 씨의 를 모티브로 당진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들어 봤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병수발이 어렵다는 말이다. 왜 아니겠는가. 병원에 일주일만이라도 입원해 본 경험이 있다면 두말 할 필요 없이 공감이 가는 말이다. 헌데 병수발을 직
[편집자주] 우리 주변에는 사회의 지독한 편견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많은 이가 손사래 치며 꺼리는 일을 자부심을 갖고 해내고 있는 이웃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이동권 씨의 를 모티브로 당진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들어 봤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이들은 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던가, 못이 박히는 고통이라 했던가. 하지만 유가족들은 마음껏 슬퍼할 새도 없이 고인을 떠나보내는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