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유난히 개구쟁이였다. 면천면 성상리 콩국수집으로 유명한 에이스식당이 그의 터였다. 대문 뒤에 숨어 오가는 학생들에게 돌멩이를 던지곤 했다. 지금도 에이스식당에 딸린 집에 가면 그의 흔적이 남아 있다.아마 12살일 무렵이었을 것이다. 1960년 대 후반에는 불을 키고 끄려면 천장에 달린 백열등의 소켓을 돌려야만 했다.그랬던 시절에 서울서 학교를 다니던 둘째 형이 가져온 스탠드에 달린 ‘달칵-’ 거리는 스위치는 개구쟁이 눈에 신기할 따름이었다. 바로 소년은 집 천장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전선을 잘라 다시 이었고 마침내 천장이 아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 살배기 우리 딸 서현이. 잘 먹고 잘 자라 건강한 줄만 알았다. 하지만 서현이가 악성종양, 소아암에 걸렸단다. 그 여린 살결 위로 칼을 댔다. 독한 항암치료에 머리카락도 빠졌다. 서현이가 물었다. 내 머리 위에 잡히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이것저것 궁금할 나이, 밖으로 나가 한창 돌아다닐 나이인데, 서현이가 있어야 할 곳은 병실의 작은 침대 위다. 하지만 그 마저도 경제적인 형편으로 내쫓길 상황이다. 내 딸 서현이는 작은 몸으로 하루하루를 병마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데 지원을 해주기 어려운 부모는 억장이
채운할머니 2등으로 수상한 박상례(90·당진1동) 씨가 시상금으로 받은 30만 원을 전부 해나루시민학교에 전달했다. 그는 “채운할머니 대회에 나갈 때부터 수상을 하면 해나루시민학교에 기부하고 싶었다”며 “이 늦은 나이에 학교에 다니고 배울 수 있어 너무 행복하고, 해나루시민학교에 고맙다”고 말했다.새우젓 푹푹 담아다른이에게 밥 한 술 주기 좋아해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채운할머니가 지금 살아 있다면 박상례 할머니의 모습과 꼭 닮았을 것이다. 원당동에서 태어난 박 씨는 이 일대에서 알아주는 부잣집 딸이었다. 1926년에 태어난
지난 8일, 오후 9시 40분 경 당진주유소 앞에서 두 승용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충돌한 두 차량은 각각 한성아파트와 농협 방향으로 밀려났다. 그 때 사고 차량이 인도를 걷던 한 여고생을 덮쳤다. 이윽고 학생은 몸이 반으로 접힌 채 차에 깔려 살려달라며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사람들이 모였다. 특히 아들과 함께 있었던 강형모 씨는 앞장서 승용차 앞을 들었고 아들은 차 뒷부분으로, 그리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까지 합세해 차를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힘이 모아지자 사고가 발생한 지 1~2분 만에 학생을 구출했으며 현재
단식 1승과 1패, 복식 1승과 1패. 제97회 전국체육대회 테니스대회에서 세종시와의 스코어는 2승 2패로 승부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먼저 10점을 획득하면 우승하는 슈퍼타이브레이크까지 경기가 이어졌다. 당진시가 점수가 나면 곧 이어 세종시가 점수를 가져갔다. 그렇게 11대11로 매치포인트까지 이르렀고 긴장감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그때 아쉽게 한 점을 잃으며 13대11로 당진시가 3위를 기록했다.지난 11일 오전 9시에 시작된 경기는 오후 4시30분까지 이어지며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당진시청 테니스팀의 경기가 있었던 그 시각 유
채운동에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에 의하면 조선시대 시절, 지금의 채운동에는 북창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북창에는 당시 세금으로 걷던 쌀을 서울로 올려 보내기 위해 잠시 보관하던 창고가 있었다. 북창 앞까지는 바다였는데 서울과 북창을 오가던 뱃사람들이 쉴 수 있는 주막이 하나 있었다. 주막집 딸의 이름이 채운이었고 마음씨와 용모가 아름다워 칭찬이 자자했다. 채운 아가씨는 배고픈 뱃사람들에게 밥을 고봉으로 퍼주고 국도 엄마보다 두 세 국자 더 퍼주곤 했다. 그러던 채운 아가씨가 혼례를 올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뱃사람들
새빨간 불덩이가 대장장이의 담금질에 모양을 잡아 간다. 뜨거운 불 속에 철을 달궜다가 망치로 두들기는 담금질을 수차례 반복하면 더 굳고 단단한 농기구가 만들어진다. 40℃에 육박하는 더위까지 집어삼킬 듯 2500℃가 넘는 가마 앞에서 철과 씨름하기를 한참. 쇳덩어리에 불과했던 철은 대장장이의 손길을 통해 유용한 농기구로 거듭났다.아버지에 아버지, 또 그 아버지에 아버지가 운영해오며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당진대장간 손창식 씨가 야장((冶匠: 대장장) 기술을 인정받으며 지난 7월 충청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그는 “대장간 일은
“엄마, 아빠는 어디에 있어요?” “엄마, 왜 울어요?”고사리 같은 손으로 촉촉한 엄마의 눈가를 훔치는 5살배기 수연이. 수연이는 아빠의 죽음조차 모르고 있다. 아빠가 보고 싶다며 찾a는 수연이에게 엄마 원티다이(베트남 출신·25) 씨는 아이에게 해줄 말이 없다. 그는 “남편이 보고 싶다”면서 “수연이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너무 막막하다”고 힘겹게 말했다.스무 살에 시집온 ‘어린 신부’순성면 봉소리에 살고 있는 원티다이 씨와 수연이는 지난 달 남편을 떠나보냈다. 남편은 재발한 구강암으로 지난 3월부터 4개월 간 병원에서
따스한 봄이 찾아올 때면 친구들과 함께 뒷동산에 오르곤 했다. 연분홍 흐드러진 진달래꽃 사이에 앉아 포대에 꽃잎을 하나씩 담아내다 보면 어느새 포대가 진달래 꽃으로 가득찼다. 이 꽃은 곧 두견주가 됐다. 두견주가 빚어질 때면 누룩향과 진달래향이 한데 어우러져 집안을 가득 메우곤 했다.8가족이 두견주 명맥 이어두견주는 국가문화재지정 전통 민속주로 중요무형문화제 제86-2호로 지정됐다. 당진의 대표적인 명주(名酒)인 두견주는 1986년 11월 문화재청에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생산을 시작했으나 2001년 기능보유자였던 박승규 씨가 사
원도심 구 군청사 옆 작은 의상실인 ‘영의상실’에는 40년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앳된 중학생 소녀가 시작한 바느질이 이젠 한평생 그의 직업이 됐다. 그의 나이도 어느덧 60세다. 시간이 흐른 만큼 의상실의 수는 줄었고 영의상실이 자리한 원도심 골목은 한산하기만 하다. 그래도 영의상실은 여전히 이곳에 있다. 어제도 그리고 오늘, 또 내일 역시 바느질로 옷을 만들어 누군가에게 행복을 선물해 줄 것이다. "마음에 들 때까지”영의상실은 40년이 된 맞춤전문의상실이다. 여성복을 주로 하지만 기성복 수선도 함께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아내가 입장한다. 그녀가 양 볼을 분홍빛으로 붉히며 배시시 웃자 그는 그녀의 손을 꼭 마주 잡았다. 수천 명의 하객이 축하의 박수를 던지는 가운데 평생 사랑하겠노라고 서약을 맺었다.남편은 장애로, 아내는 외국이주여성이라는 이유로 결혼이라는 벽에 항상 부딪혔다. 그렇게 돌고 돌았다. 인연이었는지 남편 황규찬 씨와 아내 응오티 푸엉 씨는 결국 백년가약을 맺었다. 장애인합동결혼식서 식 올려황규찬 씨와 응오티 프엉 씨가 지난 5월 31일 충남도에서 주최한 장애인합동결혼식에서 결혼식을 올리며 부부의 연을
“조금 이따가 당진에서 플루트가 와요. 어제 전화가 왔어요. 플루트를 고쳐달라고 하는데 당진 사람이더라고요. 여기 채운동도 있고 여기 송악읍 반촌리에서 온 것도 있네요.”그는 한쪽에서 택배 송장을 주섬주섬 꺼냈다. 옆에는 서울, 부산, 제주도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그의 손길을 기다리는 송장이 쌓여있다. 하지만 당진에서 온 주소지만큼은 옆에 따로 모아둔다.신광악기 대표 지병옥 씨(77) 씨는 종로구 낙원상가의 터줏대감이다. 또 다른 말로는 국내 최초이자 최고인 플루트 수리 명장으로 불린다. 자타가 인정하는 플루트 장인
지난 2012년 본지 제906호 사랑을 나눠주세요 에 보도된 이화영 씨가 뇌전증 악화로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있다. 하지만 그는 웃음을 잃지 않고 오히려 많은 뇌전증 환장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뇌전증(간질) 환자가 많다”며 “사람들이 뇌전증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고 또 뇌전증 환자들은 용기내 사회 밖으로 나오길 바란다”고 전했다.사회적 편견과 낙인뇌전증은 간질의 다른 말이다. 사회적인 편견과 낙인으로 인해 뇌전증이라는 용어로 변경됐다. 하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참되어라 바르거나 가르쳐 주신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심훈의 의 주인공 채영신은 일제 경찰에 의해 학교에서 쫓겨난 아이들이 뽕나무에 매달려 수업을 듣자 교실 창문을 활짝 열며 이렇게 말했다. “누구든지 학교에 오너라. 배워야 무슨 일이든지 한다.”이렇듯 스승은 누군가를 가르치고 올바르게 이끌어 주는 사람으로 어떤 한 사람에게는 잊지 못할 평생의 은인이 되기도 한다.당진중학교 백운자 수석교사도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스승이다. 한
그가 다시 사각 링 위에 올랐다. 13년 만이다. 44세, 더구나 이미 불혹을 넘긴 나이다. 14살이나 어린 상대 선수를 앞에 둔 그의 주먹엔 끈기와 집념이 서렸다. 맞는 만큼 때렸고 때린 만큼 버텼다. 전 세계챔피언 최용수 선수가 영광의 신화와 함께 다시 돌아왔다.지난 16일, 전 세계챔피언 최용수 선수의 복귀전 및 제2회 KBF 전국 신인왕 4강전이 호서고등학교 체육관 특설링에서 진행됐다. 최용수 선수가 입장하기 전부터 열기가 고조됐다.그가 등장하자 시민들은 환호하며 그에게 응원을 불어넣었다. 라이트급 매치(10라운드)로 치러진
철이 뜨겁게 달궈진 화로 속에 들어갔다 나오길 두어 번. 또 망치질도 두어 번. 그러니 검지만 하던 것이 언제 그랬냐는 듯 호미의 매무새를 갖췄다. 이 시대에서 장인의 삶이란 녹록지만은 않다. 특히 지금은 잊혀져가는 대장장이의 삶은 더욱 그렇다. 그의 솜씨를 인정해 주는 이도 적고 찾는 이는 더더욱 적다. 그래도 이영구 장인은 대장장이다. 아직도 쇠를 녹이고 두드린다. 지금까지 한 평생 대장장이의 삶을 살아 왔기에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대장장이로 살겠다는 그다. 12살 풍구질부터 시작그의 나이 12살, 아
1학년 1반 아이들을 처음 만나기 전날 밤, 잠이 오지 않았다. 급훈은 무엇으로 정할까? 자리배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모둠 구성은 어떤 기준으로 할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자기주도적으로 행동하면서 긍정적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을까? 내 앞에 놓인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올해 갓 발령 받은 초임교사이기 때문이었다.박진애 교사의 칼럼 ‘설레임 가득 행복한 첫 만남’ 중에서초임교사로 아이들과 처음 만나는 그 날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가득했다. 전날 잠도 뒤척였
8개월간의 당진시대 시민기자 활동이 끝났다. 시민기자들은 우리지역 곳곳의 이웃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담아냈다. 그들이 활동하는 단체의 소식을 전하기도 하고 때로는 날카로운 눈으로 사회의 부조리함을 고발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민기자들은 우리네 삶 가까이에서 함께 했다.특히 올해 처음 시민기자로 참여한 이옥하 시민기자에게는 이번 기회가 더욱 남다르다. 그는 매주 2~3건의 기사를 쓰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발로 뛰었다. 이 시민기자는 “당진시대 시민기자 활동을 하는 동안 너무 기뻤다”며 “글 쓰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고 기
“60대가 되면 해마다 몸이 달라지죠. 70대가 되니 달마다 달라져요. 그럼 80대는? 80대는 하루가 다르답니다. 90대도 마찬가지에요. 90km/h 속도로 달리니 시간마다 달라지죠. 일흔 셋인 저는 지금 70km/h 속도로 달리고 있어요. 빠르죠? 늙는다는 건 그래요.”죽음은 아무도 모른다. 누구 하나 명쾌히 말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만큼 겁내고 무서워한다. 죽음을 입 밖으로 꺼내면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눈총 받기 일쑤다. 하지만 김귀자 노년학 박사는 사는 것만큼 죽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강단에 서서 많은 이들에게 행복
작품 공모전서 장려상 수상당진시노인복지관 인준호 사회복무요원이 대전충남지방병무청이 주최한 사회복무요원 복무활동 작품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또한 인 씨는 당진 대표로 지난달 20일 대전충남지방병무청에서 열린 모범사회복무요원 초청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복지관 직원분들 덕분에 상을 탈 수 있었다”며 “꿈에도 몰랐는데 막상 상을 받으니 기쁘다”고 말했다.사회복무요원인 인준호 씨가 당진시노인복지관에서 복무한 지 어느덧 1년 7개월이 흘렀다. 사고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왼쪽 귀의 청력에 문제가 있어, 군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에서